- 전시명 :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
-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 기간 : 2023.04.20~08.20
- 입장료 : 성인 17,000원, 청소년 15,000원, 어린이 12,000원
- 주최 : 서울시립미술관, 뉴욕 휘트니 미술관
전시 추천 이유
평론가들이 올 해 꼭 봐야할 전시로 꼽고 있는 '에드워드 호퍼전'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올 상반기 본 전시 중 2 TOP에 해당되며, 또 다른 하나는 마우라치오 카텔란 전입니다.
카텔란전은 현대 사회의 모습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풍자하거나, 관객에게 '왜 이렇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 우리 사회를 돌이켜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전시입니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여 작가와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호퍼전은 MBIT로 치자면 '극 I형'인 작가의 성향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있으며, 작품을 통해 그의 내면 세계를 들여다보고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전혀 다른 타입의 두 전시지만, 올 상반기 가장 인상적었던 작품으로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에드워드 호퍼전은 아쉽게도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며, 1층 공간과 포토존으로 마련된 곳만 허용합니다. 때문에 1층은 실사 리뷰를, 2~3층은 안내 팜플렛을 보며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에드워드 호퍼전 오픈 첫날부터 사람들이 북적였던 서울시립미술관
티켓팅 후 입장 팔찌를 차고 전시장으로 들어갔습니다.
1층 로비에는 '에드워드 호퍼전'이 적힌 대형 포토월이 있어 기념으로 사진찍기 좋습니다.
초기 작품 : 광고 삽화로 생계를 잇다
이곳은 1층의 공간입니다. 비교적 작가의 초창기 활동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미술을 전공했지만 초반부터 유명했던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생계를 위해 회사의 광고 홍보물을 제작하면서 근근히 돈벌이를 했습니다.
또한 아내 조세핀과 결혼 전 대학생 시절, 호퍼가 구애를 했던 여인과의 그림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호퍼만의 짝사랑으로 끝을 맺었지만 조세핀과의 결혼으로 꽤 괜찮은(?) 결혼 생활을 합니다.
지금 봐도 아름다운 광고 포스터입니다. 사실을 묘사하되 그 안에는 내면의 순순한 상상력이 밑바탕되어야 한다는 작가의 예술세계가 이 때의 삽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실에 기인한 묘사를 지향하되 순수한 상상력을 곁들이다
여기에 설명된 말처럼 호퍼의 그림은 이세상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있을법한 건물 등이 많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대로를 정확히 옮겨왔다기보다, 작가 내면의 상상력으로 디테일한 분위기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호퍼만의 예술관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요즘으로 치자면 인스타그램 광고 소재에 해당하는 홍보물 삽화. 지금 봐도 한 눈에 딱 들어오는 디자인에, 임팩트가 있으며 뒷 배경 사람 묘사 또한 간결하면서도 디테일합니다.
작가 초기 시절에는 이렇게 광고 삽화 제작으로 근근히 먹고 살지만, 이러한 연습이 분명 나중에 그린 작품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합니다.
1층에서는 영상물 전시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뉴욕 휘트니미술관 관계자의 작가 설명 인터뷰를 통해 작가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는 영상으로, 시간이 된다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만 영상 길이가 길어 약 1시간 가량 소요되므로, 시간 고려하여 관람 계획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여유있게 전시 관람 시, 영상 포함하여 총 3시간 내외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시민들 사이에서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호퍼는 아내와 함께 여행을 자주 다녔습니다. 사실 그는 미국 뉴욕을 떠나 파리에서 첫 유학생활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독일, 영국, 스페인 등 인근 유럽 국가는 물론 노년기에는 멕시코 등 먼 지역으로까지 떠나는데 이러한 여정에서 경험한 경험들이 자양분이 되어 그의 예술세계를 구축했습니다.
한 곳에는 호퍼의 방을 재현해놓은 듯한 커튼과 침대 포토존이 있습니다. 방 역시 호퍼만의 분위기가 풍깁니다.
2~3층은 안내 책자를 통해 리뷰 남겨보겠습니다.
고립, 단절, 소외의 시대 주목받는 화가
오늘날 우리는 모두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의 예술이가인가?
2020년 코로나 펜데믹이 발병하고 영국 '가디언'지에 실린 기사입니다. 호퍼의 작품 속에는 사람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인물이 등장하더라도 직접적으로 화면 정면에서 묘사되지 않고, 건물 안이나 도시의 일부분만으로 묘사됩니다. 호퍼는 누구보다 과묵하고 내향적인 성격을 지녔으며, 그의 속마음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오로지 '작품'만을 통해 표현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호퍼의 그림은 풍경 너머 내면의 자화상으로, 작품은 그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합니다.
비교적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푸른 저녁' 역시 아름다운 배경과는 다르게 어딘지 모르게 '단절'되어 보입니다. 파리의 한 카페를 배경으로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이 테이블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서로 교류되고 있다는 느낌은 없으며, 인간의 단절됨을 나타내는 심리적 풍경 묘사로써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파리 유학 : 사진 프레임에 담은듯한 호퍼만의 화풍 구축
호퍼는 여느 화가들과 다를 것 없이 풍경화 등을 그렸지만, 누가봐도 호퍼의 작품임을 알 수 있는 호퍼만의 화풍이 있습니다. 바로 사진 프레임 안에 담은 듯한 구도로, 추후 영화 촬영 시에도 많이 사용된 앵글입니다.
또, 파리 유학 초기 그림은 주로 고동색 등을 활용한 어두운 색조로 묘사된 반면, 그 이후부터는 야외 작업을 통해 밝은 화풍과 빠른 붓 터치, 수평 구도 등이 돋보이기 시작합니다.
에칭을 통한 드로잉
에칭을 시작한 뒤부터
내 그림은 구체화되어 가는 듯했다.
내향적인 호퍼는 어린 시절부터 드로잉을 즐겼으며, 선이 강조되는 판화 기법 에칭에 매료되었습니다. 에칭프레스를 구입한 이후 그의 작품에는 에칭 기법이 들어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밤의 그림자' 역시 에칭으로 선이 강조되며, 또한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독특한 구도를 통해 그만의 화풍을 창조했습니다. 이는 이 이후 영화에서 많이 쓰이는 앵글과도 흡사하여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영화 속 장면을 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는 도시의 풍경과 건물 사진을 많이 그렸는데, 관찰자적 시선으로 건물 안을 들여다보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건물의 내외부를 연결하는 창문을 모티프로 하여 건물 안 사적인 공간을 상상력을 통해 묘사했으며, 창문 안의 실내 공간은 조명으로 밝은 반면 밖은 어두운 대비를 통해 '단절'이라는 감정 코드를 만들어냅니다.
대체적으로 적막하고 고독한 분위기가 나는 것이 호퍼 작품의 특징이나, 그렇다고 부정적인 '외로운' 감정이 들기 보다는 내 주변과 현대 사회를 바라보며 지금 우리도 비슷하지 않다는 점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호퍼는 노년기로 접어들수록 미국 동남부 케이프코드, 미국 서부, 멕시코 등 다양한 곳을 여행합니다. 운전을 할 때 그림 주체들이 떠오른다고 말했다시피, 여행 중에도 새로운 환경에서 본 풍경의 모습을 화폭에 옮겨담습니다. 여행 작품들을 볼 때면 마치 여행 유튜브를 보는 것처럼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합니다.
아직 여름 휴가를 다녀오지 않았다면, 에드워드 호퍼전을 통해 여행가는 느낌 대리 만족하는 것도 좋겠지요?
호퍼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어딘가 특별해보이는 요소는 없지만 계속 보게 되고, 매료되고 감동이 느껴집니다. 메인 포스터로도 쓰인 '오전 7시'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서양 영화 속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는 흰색의 상가 건물 그림인데, 주변에는 살짝 어두운 숲이 이어져있으며, 상점 내부에는 와인병들이 있어 어떤 곳일까 계속 추측하게 됩니다. 이 또한 현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포착한 것이 아닌 작가의 상상력이 곁들여진 모습이겠지요. 또한 작품 이름에서처럼 특정한 시간대를 설정하여 태양의 움직임과 빛의 변화를 표현하는데 집중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뉴욕은 당시 개발로 인해 수직의 높은 건물들이 많았던 반면, 파리에서는 다른 도시 풍경을 경험합니다. 당대 예술가들의 도시였던 파리에서 그는 하나의 건물을 옆으로 길게 반복하여 수직에서 수평화한 캔버스 구도를 탄생시킵니다. 수직의 같은 모양의 건물이 길게 늘어짐으로 인해 수직적인 모습보다 수평적으로 넓은 시야 확보가 이뤄집니다. 또한 건물을 따라선 긴 강물과 산책로 또한 수평화 역할을 도와줍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든든한 조력자 '조세핀 호퍼'
에드워드 호퍼 하면 빠질 수 없는 그의 아내 '조세핀'
호퍼와는 정반대 성격으로 활달하고 외향적인 인물로, 과묵한 호퍼의 내면 세계를 기록을 남겨 호퍼의 작품에 숨은 의도와 탄생 배경을 잘 알 수 있게 해준 조력가입니다. 같은 미술전공자지만, 호퍼가 더욱 유명해짐에 따라 모델을 자처하여 모델이 되어주었습니다. 호퍼 그림에 등장하는 모델들은 형태는 다르지만 거의 '조세핀'이라고 합니다. 호퍼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홍보' 역할을 했던 조세핀 덕에 우리는 호퍼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조세핀이 메인 모델로 등장한 작품들은 전시회장에서 직접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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